http://m.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4856
요즘 해외여행의 대세는 어디일까? 유럽과 미주지역을 이미 섭렵한 여행객들이 경쟁적으로 찾는 곳이 있다. 아시아 대륙이면서 유럽과 맞닿아 있는 터키다. 신문에 실리는 모든 여행사 광고의 상단에는 ‘터키 완전일주’라는 광고문안이 도드라진다.
![]() |
▲ 티카 케밥(왼쪽)과 타볼리 샐러드 |
이슬람권에서 터키 다음으로 인기있는 여행지는 모로코, 이집트, 이란 등이다. 터키, 모로코, 이란 등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이 중동 분위기를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태원에 가면 된다. 이태원은 2000년 세계 음식 백화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 각국의 현지인이 주방장으로 현지 음식을 내놓는 식당, 에스닉(ethnic) 레스토랑이 수두룩하다. 그 에스닉 레스토랑의 중심에 바로 중동 음식점이 있다. 식당 이름은 다르지만 메뉴는 대개 비슷하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터키 식당은 ‘터키 음식’이라고 명기한 반면에 요르단·이집트·모로코 식당은 ‘아라비아·지중해·중동 스타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 치킨 쉬시 케밥과 팔라펠
中東 식도락의 시작 ‘페트라’
자, 지금부터 이태원으로 중동 식도락을 떠나본다. 이태원 입구,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 바로 옆의 언덕길에 있는 식당 ‘페트라(Petra)’. 건물 2층에 있는 식당을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이태원의 식당가는 월요일 점심이 가장 한가하다. 기자 일행이 들어갔을 때 식당 안에는 한국인 여성 두 명과 남녀 한 쌍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뒤 아랍인 8명이 한국인 안내자와 함께 식당에 들어섰다. 가장 손님이 없는 월요일 점심시간인데도 식당은 절반 이상이 채워졌다.
페트라는 2004년 현재의 위치에 문을 열었다. 식당 사장은 요르단과 호주 이중 국적 소유자인 야세르 가나옘(42). 요르단을 여행해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상찬하는 곳이 페트라. 기자는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통해 페트라를 처음 접했다. 그 뒤에 요르단을 여행한 사람으로부터 페트라를 꼭 한번 여행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유럽 사람은 페트라를 잘 알지만 한국 사람은 페트라를 거의 몰랐다. 페트라 유적지는 이슬람이 들어오기 180년 전에 기독교문명에 의해 건설되었다. 나는 한국인과 아랍을 연결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식당을 열었다.”
야세르 가나옘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01년.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비즈니스를 가르쳤다. 이후 교수직을 내놓고 요르단 음식점을 차렸다. 야세르 가나옘은 “가족 중에 음식점을 한 사람은 없지만 호주에서 살 때부터 식당을 열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고 말했다.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메뉴를 훑었다. 전채(前菜)로는 흐무스, 바바 가누즈, 라베나흐, 팔라펠, 임나잘라 등이 보인다. 식사로는 막로바, 쿠스쿠스, 카프타, 파솔리아 데 라헴 등과 티카 케밥 등 여러 가지 케밥이 있다. 물론 1만5000원 하는 물담배 ‘시샤 하블리 바블리(Shisha hubbly Bubbly)’도 있었다. 티카 케밥과 타볼리 샐러드를 주문했다. 타볼리 샐러드의 식감(食感)은 아삭아삭하다. 밀 알갱이가 씹히는 맛이 자꾸만 손이 가게 했다. 타볼리는 전체적으로 상쾌하고 상큼했다.
단체손님은 현대건설 이라크 현지지사 직원들. 히잡을 쓰고 있던 여성에게 고향에서 먹던 음식과 비교해 달라고 하자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비슷하다”면서 “맛은 이 식당이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서빙을 하는 한국 여성이 아니라면 요르단의 어느 식당에 와 있는 것 같다.
야세르 가나옘은 이태원에서 식당으로 성공한 뒤 형 바셈 가나옘(43)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바셈 가나옘은 최근 이태원 소방소 건너편에 요르단 식당 ‘페트라 팰리스’를 열었다. 페트라에서는 풀코스 식사가 가능한 반면 페트라 팰리스에서는 1만5000원 이하의 가벼운 식사가 가능하다. 페트라 팰리스에서도 ‘요르단, 페트라의 고향’이라는 포스터 패널이 걸려 있다. 야세르 가나옘은 자신이 아랍 음식의 대부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2013년 서울 강남에 페트라 강남점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중동 스타일 우사단로의 ‘케르반’
- ▲ ‘앙카라 피크닉’
이태원에서 아랍 식당이 몰려 있는 곳은 이태원로의 해밀턴호텔에서 제일기획이 있는 지점까지. 물론 이태원 소방소 뒷길, 즉 이슬람사원으로 가는 언덕길 우사단(雩祀壇)로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완전히 중동풍으로 바뀐다. 미8군이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미국 스타일이 빠지고 그 빈 공간이 중동 스타일로 대체되는 양상이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아랍 음식점이 아니면 인도 음식점이다.
이태원역 부근의 식당으로는 먼저 ‘케르반(Kervan)’을 들 수 있다.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30여m 걸으면 된다. 케르반은 전통 터키 식당을 자랑한다. 2층에 자리 잡고 있어 화려한 이태원로의 파노라마를 내려다보며 터키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게 이점이다.
케르반은 이태원의 터키 식당 중 최고급이라고 자랑했다. 실내장식 역시 터키풍으로 깔끔하고 세련되다. 메뉴도 이태원에서 가장 많고 다양하다. 아다나, 우르파, 파트리잔 등 케밥 요리만 18가지. 평일 점심에는 1만원 이하의 식사 메뉴를 따로 개발했다.
만일 식사를 했다면 케르반에 들러 음료만 즐길 수도 있다. 기왕이면 커피의 원조로 불리는 터키식 커피를 즐겨보자.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지만, 커피나무는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자생하는 식물. 정신을 맑게 하는 신비한 커피열매가 14세기 중동의 패자 오스만제국에 전해져 오랜 세월 음료로 음용되다가 상인들에 의해 16~17세기에 유럽에 전해진 기호식품. 터키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터키 커피를 음미하면 보스포루스해협이 보이는 이스탄불의 어느 카페에 와 있는 것 같다. 터키 커피는 얼핏 에스프레소와 비슷한데, 쓴맛보다는 단맛이 강하다. 터키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달리 커피잔 아래에 농축액이 마치 찌꺼기처럼 그득하게 가라앉아 있다. 터키 커피를 모르는 사람은 이것을 먹지 않는데, 이건 터키 커피를 전혀 모르는 것. 터키 커피의 진수는 이 진액을 함께 마시는 데 있다.
케르반에서는 음식만 파는 게 아니다. 식당 입구와 계산대는 케르반이 음식을 넘어 터키 문화를 파는 곳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보여준다. 식당 입구에는 이스탄불관광청 주최의 터키 사진 공모전 포스터가 붙어 있고, 계산대 앞에는 터키에서 공수해온 각종 기념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터키 사람이 이곳에 오면 마치 한국인이 뉴욕 32번가 코리아타운의 서울식당에 온 것처럼 진한 터키향수에 취하게 되는 것이다.
‘앙카라 피크닉’ ‘파샤’ 케밥 인기
- ▲ ‘페트라’
케르반 식당과 맞붙은 옆건물에는 ‘두바이’ 식당이 최근 문을 열었다. 터키 음식은 패스트푸드식 케밥으로도 행인을 유혹한다.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소방소가 있는 우사단로까지 걸어보자. ‘앙카라 피크닉’ ‘파샤’ ‘미스터케밥’이 두 집 건너 하나씩 있다. 케르반과 아얄리 두바이도 이 거리에 있다. 3번 출구에서 우사단로까지의 이태원로는 이슬람 식당 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3번 출구에서 보광동 방향으로 내려가는 고가구로(路)의 안쪽 골목에도 술탄케밥이 살짝 숨어 있고, 우사단로를 들어가도 왼쪽에 미스터케밥 점포가 있다. 이 중에서 최고 인기는 ‘앙카라 피크닉’.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는 인도변까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한국말이 유창한 터키 남자의 넉넉한 웃음이 케밥 맛과 함께 손님을 끌어들인다.
이태원로에서 가볼 만한 아랍 식당은 ‘알리 바바(Ali BaBa)’. 오랜 세월 이태원의 이정표는 해밀턴호텔과 소방서였다. 지금은 지하철 이태원역과 제일기획 건물이 추가되었지만 말이다. 알리 바바는 소방서 건너편 건물 3층에 있다. 알리 바바는 이집트 음식점이다. 그런데 명함에는 중동 스타일 식당이라고도 적혀 있다. 이집트 음식이 곧 중동(Middle East) 스타일 요리라는 뜻이다.
현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물담배 기구들이 손님을 맞는다. 메뉴를 살펴보자. 수프는 하리라·렌틸 등이 있고, 전채로는 타진 마사카·치킨과 흐무스·바바가누가 보인다. 밥류는 이집트 코샤리·양고기 라이스·바미야가, 육류로 쉬시 타욱·케밥 샤워마·알리 바바 양고기가 있다.
‘타진 마사카’는 가지와 감자를 토마토 소스로 만든 전채다. 가지가 이런 맛을 내는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먹을수록 입맛을 돋운다. 느끼한 맛이 없어 자꾸만 손길이 간다.
‘치킨과 흐무스’도 색다른 미각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흐무스(Hummus)는 병아리콩을 갈아만든 것으로 첫맛은 비릿하지만 천천히 음미하면 담백한 맛이 나온다. 치킨과 함께 먹으면 좋다.
- ▲ ‘마라케쉬 나이트’
이집트 외교관 출신의 ‘알리 바바’
이집트 식당에 와서 후식 음료로 뭘 먹을까. 진정한 음식문화 탐험가라면 ‘이집트 커피’를 권한다. 메뉴에는 보통 커피와 이집트 커피를 구분해 놓았다. 이집트 커피는 일단 향에서 커피에 대한 일반의 통념을 깬다. 한방적인 냄새 때문이다. 입술에 대고 한 모금 맛보았다. 생강향이 살짝 스치면서 풀 냄새가 났다. 곧이어 쓴맛이 혀끝에 남았다. 그냥 쓴맛이 아닌, 거칠게 쓴맛. 이 복잡미묘한 이집트 커피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한방적인 맛이라고나 할까. 만일 한국 사람에게 커피라고 얘기하지 않고 마시게 했다면 틀림없이 한약 달인 것이라는 답이 나왔을 것이다.
‘알리 바바’에서는 오너 셰프 칼리드 알리(44)씨를 빼놓을 수 없다.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알리씨는 대학 졸업 후 외교관 생활을 했다. 그가 외교관 직원으로 거쳐간 나라는 이탈리아, 몰타, 독일이다. 1994년 주한이집트 대사관 직원으로 한국에 와서 7년간 한국 생활을 했다.
2001년 알리씨가 이집트 식당을 내기로 결심한 데는 한국 사람이 피라미드로 상징되는 고대 이집트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만 현대 이집트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한 서울에 이집트 식당이 한 곳도 없었다는 것도 그에게 도전욕을 불태웠다. 카이로대학에서 부전공으로 호텔관리를 전공했고 요리사 자격증도 따둔 것이 일가친척 하나 없는 한국에서 그가 사업을 시작하게 한 밑천이 되었다.
‘알리 바바’에서 이집트를 느꼈다면 지중해와 대서양을 모두 품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나라 모로코로 가본다. 모로코 출신이 외국에 나가 식당을 차리면 그 이름은 거의 대부분 ‘마라케쉬’일 것이다. 이태원에 있는 모로코 식당은 ‘마라케쉬 나이트’. ‘나이트’를 붙인 것은 이미 강남구 청담동에 ‘마라케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라케쉬는 북아프리카의 파리로 불리는, 대서양에 면한 석양이 황홀한 항구도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생전에 그렇게 좋아했던 도시가 마라케쉬였다.
- ▲ 도네르 케밥과 ‘알리 바바’의 타진 마사카, 양고기 라이스, 치킨과 흐무스(왼쪽부터 시계방향)
모로코의 추억 ‘마라케쉬 나이트’
‘마라케쉬 나이트’는 이태원로에서 조금 벗어난 고가구로(路)에 있다. 고가구로는 이름에서부터 이태원로의 화려함과 확실히 다른 앤티크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고가구로의 인도는 매우 비좁아 마라케쉬 나이트의 간판을 놓치기 쉽다. 버스정류장 뒤쪽 건물 2층이 마라케쉬 나이트. 모로코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밤에 올 것을 강추한다.
마라케쉬 나이트를 간다면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중동 계통의 식당 분위기는 완전 잊어라.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하고 궁리가 주연한 영화 ‘홍등(紅燈)’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테이블마다 얇고 붉은 천으로 드리워져 실내는 온통 에로틱 분위기로 물든다. 가린 듯하면서 속이 훤히 비치는 실크를 걸친 아랍 여인을 보는 것 같다. 과연 이런 데서 밥이 넘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연인이거나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찾으면 적합한 곳이다. 마라케쉬 나이트의 아쉬운 점은 두 가지. 의자가 조금 불편하고 식당홀 중앙에 대형 텔레비전을 달아놓은 것. 예민한 미각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
오너 셰프는 주한 모로코대사관 수석요리사를 지낸 리티 무스타파. 무스타파 사장 부모 역시 모로코에서 식당 요리사로 일한 적이 있는 요리사 집안이다. 많은 메뉴가 다른 이슬람 음식과 흡사하지만 베베르타진, 쿠스쿠스 등은 역시 마라케쉬 나이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타진은 향신료로 양념한 양고기(닭고기·쇠고기)에 감자, 당근, 줄기콩 등 야채를 넣고 함께 끓여낸 요리다.
향신료와 고깃국물을 흡수한 감자나 당근을 먹는 맛도 삼삼하다. 알려진 것처럼 쿠스쿠스는 이 지역 유목민인 베르베르인이 주로 먹던 전통음식. 좁쌀 크기의 세몰리나 위에 고기와 채소들이 얹혀져 나온다. 쿠스쿠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손으로 먹어야 육감적이다.
‘시티 사라’를 거쳐 ‘베이루트’ ‘알 후르’로
- ▲ (위쪽부터) 아뎀 카야(살람). 바셈 가나옘(페트라 팰리스). 야세르 가나옘(페트라). 칼리드 알리(알리 바바).
이제 이슬람사원이 있는 우사단(雩祀壇)길로 들어선다. 이태원로에서 소방소를 왼쪽에 놓고 시작하는 야트막한 언덕길이 우사단로. 마치 외래어 같기도 한 길 이름은 옛날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이 있던 동래에서 유래했다. 우사단로 양쪽에는 이슬람 할랄(Halal)식품점과 가게들이 즐비하다. 사원으로 가는 길은 언덕마루에서 우사단로 10길로 올라가면 된다. 지난 9월에 문을 연 ‘시티 사라(Siti Sarah)’는 말라유·중동 음식점이다. 말라유(Malayu)는 7세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동안(東岸)의 잠비에 있던 나라. ‘시티 사라’는 말레이어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 이 식당은 중동 음식과 함께 역시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음식을 판다. 인도네시아 요리사와 이집트 요리사가 각각 중동 음식과 동남아 요리를 만든다. 같은 이슬람문화권이지만 두 나라의 음식은 워낙 식재료가 다르다 보니 중동의 이슬람국가들과 확연히 다르다. 나시 고렝, 렌당, 사테 캄빙, 소프 번투트, 사유르 아쌈, 사유르 로데, 아쌈 마니스 구라미 등.
‘시티 사라’를 지나면 레바논 패스트푸드식당 ‘베이루트’가 있고, 그 옆에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 식당인 ‘알 후르(Al-Hoor)’가 있다. 두 식당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제공한다. 이슬람사원으로 올라가는 우사단로 10길에서는 한국 사람이 오히려 이방인처럼 낮설다. 이슬람사원 정문 입구에는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함마드는 그분의 사도입니다’라는 한국어가 붙어 있다.
개업 경쟁 속 문 닫은 곳도
- ▲ 쌀푸딩 ‘슈틀라치’와 터키 커피
터키 음식점 ‘살람(Salam)’은 이슬람사원인 서울중앙성원 건물 1층에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살람은 아랍어로 ‘안녕’이라는 인사말. 살람의 사장은 한국인 정진수(44)씨. 이슬람 이름은 자키 정.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정씨는 이슬람문화 전파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이다. 정진수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이슬람교와 만나게 되었고, 이슬람교에 심취해 파키스탄과 터키에서 10여년간 공부했다.
귀국 후인 1999년 이슬람문화를 알리겠다는 취지에서 살람을 열었다. 주방장은 물론 터키인이다. 초대 주방장 알리초아는 정씨의 뜻에 공감해 가족을 터키에 둔 채 살람에 와서 터키 음식을 조리했다. 현재 주방장은 아뎀 카야(52)씨. 살람에서 일한 지 2년째다. 2006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탈레반에 인질로 잡혀 한국인 2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정씨는 이때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도시인 페샤와르로 날아가 비공식적으로 인질 석방운동을 벌였다. 정씨는 “2주 동안 현지 언론을 상대로 인질을 처형하면 한국인의 대이슬람 여론이 안 좋아진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슬람사원 주변에는 ‘살람’이 들어간 상호가 자주 보인다. 살람베이커리, 앗살람, 살람닷컴, 살람마트 하는 식이다. 살람베이커리와 살람마트는 정진수씨의 여동생 정진희씨가 경영한다. 정진희씨의 남편은 시리아 사람이다.
이슬람 중앙성원 근처에는 최근까지 시리아 식당 ‘알살람 다마스쿠스(Alsalam Damascus)’가 있었다. 한국에 문을 연 최초의 시리아식당으로 시리아 사람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으나 지난 봄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이태원에서 조금 떨어진 한남동 순천향병원 근처에 터키 식당 ‘메르하바(merhaba)’가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현재는 문을 닫았다.
미국식 식당, 한국 식당, 일본 식당만이 모여있던 이태원에 가장 먼저 들어선 에스닉 식당은 인도 계열 식당이었다. 해밀턴호텔 3층에 자리 잡은 ‘아쇼카(Ashoka)’는 인도 음식, 해밀턴호텔 뒷골목에 자리 잡은 ‘모굴(Moghul)’은 인도·파키스탄 음식을 제공한다.
현재 이태원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 식당은 이슬람권 식당이다. 살람 대표 정진수씨는 “이슬람 식당이 현재 수요 이상으로 경쟁적으로 생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슬람권 여행이 지금보다 더 확산되면 될수록 이태원에서 이슬람맛을 추억하려는 인구도 늘어날 것이다. 이슬람 음식은 느끼하지 않아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편이다. 이슬람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숙이 한국에 스며들고 있다.
'음식 > 음식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대 냄새'나는 쌀국수, 여름에 그만입니다 (0) | 2013.10.13 |
---|---|
정신이 번쩍 속이 뻥 뚫리는 겨울메뉴 (0) | 2013.01.23 |
안산 원곡동 외국인 거리 (0) | 2013.01.11 |
세계의 대표음식 2 (0) | 2012.05.23 |
각 나라별 대표음식 (0) | 2012.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