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숙씨는 아이들이 알아듣고 이해하는 걸 어른들이 모를 리가 없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해서 아이를 직접 가르쳤다. |
인터뷰 l ‘엄마표 공부법’ 책을 쓴 김민숙씨
범생이 1등보다 사회성 있는 2등 강조해부모가 감당이 안 될 때는 멘토 붙여줘 어느 날 밤 12시. 평소 자주 들어가지도 않던 아이의 학교 홈페이지에 갑자기 접속하고 싶어졌다. 큰딸 지나를 졸라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 교육하기’ 수기를 공모한다는 글을 봤다. 순간, ‘이거다!’ 싶었지만 마감이 바로 코앞이었다. 큰아이의 대학 등록금이 절실했던 엄마는, 바로 방바닥에 엎드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밤을 새우며 그동안 둘째 재웅이와 공부했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음날, 큰아이는 대신 이메일로 수기를 보내며 “엄마, 이게 무슨 글이야. 절대 안 돼”라고 큰소리쳤다. 얼마 뒤, 모두가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엄마의 수기는 우수상에 당선됐고 이후 그의 인생도 완전히 달라졌다. 공부하는 엄마 김민숙씨. 그는 꼴찌 아들을 직접 가르쳐 전교 1등을 만들었다. 아이를 통해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는 그가 최근 <엄마의 공부가 사교육을 이긴다>는 책까지 냈다. 그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믿음과 긍정의 말”이라며 “무조건 학원에 보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하는 공부가 아이와 엄마를 모두 변하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그를 만나 ‘엄마표 공부’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엄마들이랑 얘기를 하다 보면 자녀 키우는 게 제일 어렵다고 한다. 내가 아들과 딸을 좀 독특하게 키운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특히 수기공모전에 당선된 이후 여기저기 연락도 오고, 엄마들의 멘토가 돼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멘토가 없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놓친 부분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서 잘 모르는 엄마들에게 내가 들은 얘기, 겪은 얘기를 해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책을 쓰게 됐다.” 직접 공부해서 가르칠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사실, 엄마가 공부해서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게 특이하다고 생각 안 했다. 그 당시 아이의 수준이 학원 보내서 해결될 상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알아듣고 이해하는 걸 어른들이 모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어른이 어렵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배울까 싶어 일단, 무작정 시작했다. 일을 하고 있어서 틈틈이 지하철에서 공부하고, 과목당 10번 이상 달달 외웠다. 계속 반복하다 보니 점점 이해가 가더라.” 재웅이와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면? “나의 초등학교 시절, 책상 위쪽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이 붙어 있었는데, 그 말을 너무 좋아했다. 그런 사고방식이 아이를 키우는 데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단 0.1%의 가능성이 있으면 무조건 했다. 그리고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아이에게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이다. 아이의 역량만큼만, 아이를 가르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다. 재웅이를 가르쳤는데, 공부가 적성에 안 맞았다면 다른 길을 찾았을 거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찾기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학습 차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평소 갖고 있던 교육관이 있었나? “아이에게 무조건 범생이인 1등이 아니라 사회성이 있는 2등을 강조했다. 한번은 아이가 다음날 중요한 시험이 있었는데, 공부하고 싶어서 교회에 가기 싫어했다. 그러면서 나한테 ‘엄마, 내가 전교 1등 하는 게 좋아, 교회 가서 2등 하는 게 좋아?’라고 묻더라. 나는 두말없이 내일 전교 1등 안 해도 되니까 교회 가라고 얘기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 먼저다. 내가 공부를 해보니 자기 혼자 아는 것보다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함께 나누는 것이 개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때 가장 간과하는 게 있다면? “엄마들이 너무 조급하다.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대신 해주고,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죽을 것처럼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다. 자신들의 불안심리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 뺑뺑이’ 시키며 잡는다. 또 하나, 다른 아이를 보면서 자기 아이와 비교하고 맞추려 한다. 어릴 때는 시키는 대로 하지만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감당할 수 없다. 계속 억압받고 숨이 막히다가 어느 날 분노로 올라와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를 나와 동일시하면 안 된다. 아이는 절대 내 맘대로 안 된다.” ‘엄마표 공부’를 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재웅이가 고1 때 사춘기가 잠깐 왔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공부하던 아이가 또래문화에 빠져 친구들과 어울리고 한눈을 팔며 페이스를 잃어버렸다. 그때 더 이상 부모의 말이 안 먹힌다는 걸 느끼고 계속 간섭하다가는 아이와의 관계만 더 나빠지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가 한발 빠지고 멘토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적중했다. 영어 교재를 쓴 선생님, 대학생 형 등 아이에게 맞는 멘토를 찾아 자주 만나게 하니 얘기도 잘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를 하며 열심히 공부하더라.”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면 하는지? “지나나 재웅이가 지금 이렇게 된 건 긍정의 말 때문이었다. 지나가 적성을 찾아 실업계 고등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나 재웅이가 꼴찌를 할 때도 난 똑같은 말만 계속 했다. ‘너 나중에 정말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 잘할 수 있어’라고 얘기했다. 그 당시 주변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많이 비웃었지만, 아이들은 믿고 격려해주는 게 중요하다. 부모는 아이가 힘들 때 버팀목이 돼줘야 한다. 공부 못해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더 싸지르면 아이의 마음은 어떻겠냐. 공부가 삶의 전부가 아니다. 난 아이들이 자신들이 겪고 아는 만큼 남들에게 나눠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아이를 만드는 것은 부모의 역할도 크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치고 성장하길 바란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엄마표 공부, 이렇게 해 보세요 엄마와 재웅이의 행복한 공부법
재웅군은 목표를 써 붙이고 공부를 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 동기부여가 확실해지고 달성했을 때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 재웅군이 직접 써 붙인 목표들. 김민숙씨 제공 |